망각

2008/10/16 10:58
내가 갖고 있는 축복이자 저주 중 하나는 바로 망각이다.
(다른 건 뭐가 있냐면.. 흠.. 모 있지.. 게을러서 밥도 잘 안 먹는다는 거?? -ㅅ-)

시간이 지나면 과거는 잊혀지는 게 당연하겠지만 나는 유독 그게 심하다.

내가 잊지 않는 건
1. 반복 학습된 것, 꾸준히 Remind하는 것
2. 아주아주아주 특별한 이벤트
3. 글이건 사진이건 기록으로 남은 것

..정도. 그 외엔 다 잊어버린다.

예를 들어 고등학교 때 담임 선생님, 내가 몇 반이었는 지는 물론 뭘 하고 지냈는 지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.
그래도 기억을 떠 올려 보자면
양호실에 누워있던 거, 학교 도서실에 가서 책 고르던 거 - 맨날 하던 거라 1번에 속함
혜미랑 교문 담 넘어 다닌 거 - 1번 + 2번..;
대학로에 교복입고 갔다가 원조교제 제의 받은 거-_-;; -  2번.. 참고로 우리 어머니께선 제의 받아 들여서 증거 녹음한 다음 협박해서 돈을 뜯어내자고 하셨던가...........ㅇ<-<
친구들(especaily 연주)이랑 사진 찍은 거, 1학년 때 만화부 애들이랑 논 거 - 3번.. 사진 및 그림이 남아있으니까;;
그나마 가깝다고 하는 고등학교 시절이 이러니 나에게 학창 시절이란 건 거의 존재하지 않을 수 밖에.

그럼 좀 더 가까운 과거로 와 보자.
다른 예를 들 것도 없이 나........
사귀었던 사람들과 뭘 했는 지 거의 기억이 나질 않아.......

그나마 구구랑은 우리 사귈 때 뭐 했지 뭐 했지 이야기 하곤 해서 좀 남아 있지만
그럴 것도 없는 전남친 같은 경우는.. 사귀었다는 사실만 기억 날 뿐 뭐 했더라.. 사진을 찍은 것 보면 기억이 좀 돌아올 뿐, 애써 노력하지 않으면 존재감이 없다;;
사실 구구랑도 기억 하는 것보다 기억하지 못하는 게 많아서 이야기 할 때 기억을 되살리는 경우 보다 '내가 그랬었나?' 하고 있을 때가 많고..-_-;

그러니까 '과거는 과거일 뿐 더 이상 현재가 되지 못한다'는 게.. 나에게는 더 없이 참인 명제인 것이.. 난 기억이 안 나거등.ㅠㅜ

그래서 기록을 하는 거다. 기억할 수 있게.

사실.. 처음 기록을 하게 된 계기는 동생 지수 때문이었다.-_-
사랑스럽지만 예측 불허인 나의 동생 지수는 예전에 종종 잘못을 했는데, 기억을 잘 못하는 나는 걔가 뭔 잘못을 해도 잊어 버렸다가(용서가 아니라 망각-_-) 그 다음에 또 다시 비슷하게 잘못하면 앗 예전에도 이랬지 어맛 뜨거라 하면서 놀라고 분노했다.. 그게 여러 번 반복되다 보니 안되겠다 싶어서.. 책상에 적어 붙여 놨더랫다. - 몇 월 몇 일 지수가 이러저러한 일로 잘못 했다 하고;;
그리고 그걸 보며 항시 경계 태세를 갖추어 잘 대비했는데 (사실 적어 놓은 것에 대한 효과는 지수에게도 작용했다. 내 책상에 붙어 있는 지수 잘못 포스트잇을 보고 나름(?) 주의한 것 같기도 하다^^; 제발 떼어달라고도 했다.ㅋㅋㅋㅋㅋㅋㅋㅋ) 그로부터 기록으로 남겨 놓는 게 여러모로 유용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좀 더 체계적으로 기록하기 시작한 듯. 하다.
기록을 하고 그 기록이 접근하기 쉽다면 1, 3이 모두 적용되니까 그나마 오래 기억할 수 있으니까.

그래도, 그리 해도 잊혀지는 건 잊혀지는 거다. 현재에 그렇지 '않다'면..
Posted by 리미